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죠. 최근 대만 증시는 AI 반도체 붐을 타고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가 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시가총액이 비슷했던 TSMC는 이제 삼성전자의 3.4배가 넘는 기업 가치를 자랑하며 대만 증시 전체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TSMC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이며, 이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압도적 기술력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다
TSMC의 성장은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TSMC는 그 핵심 동력이 되는 파운드리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습니다.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TSMC의 최첨단 공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최고의 요리사가 최고의 주방 설비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죠.
TSMC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기술 노하우와 막대한 투자를 통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최첨단 공정 기술을 선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AI 칩인 GPU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파트너가 되었고, 시장의 거의 모든 AI 반도체 위탁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부여했고, 이는 지난 5년간 180%가 넘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업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
반면,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를 맹렬히 추격하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산업 포트폴리오의 차이는 양사 주가 상승률의 격차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27%에 그쳤고, 이는 코스피 전체의 더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기업 가치 격차는 결국 국가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 격차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고, 올해 들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대만 증시 시총은 2조 3790억 달러로 한국 증시 시총의 1.5배에 달합니다. 이는 한 국가의 경제가 특정 미래 기술에 얼마나 집중하고, 그 분야에서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얼마나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입니다.
대만의 비전, ‘스마트 기술 아일랜드’
TSMC의 성공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대만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만 정부는 2040년까지 710조 원이 넘는 자금을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10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미래 기술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만의 행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한국 역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AI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와 AI 관련 생태계 전반에 걸쳐 더욱 명확하고 강력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미래 기술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