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TDF(Target Date Fund)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은퇴 자산을 마련하는 장기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죠. 그런데 최근 TDF 시장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바로 환 헤지(H) 상품과 환 노출(UH) 상품 간의 수익률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지금 같은 원/달러 환율 1470원 선 시대에 우리의 TDF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환 노출형의 ‘대박’ 수익률에만 주목하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양면성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원화 약세가 만든 수익률 마법: TDF 환 노출형의 폭발적 성과
최근 1년 동안 KB온국민TDF2055(UH)의 수익률은 20.94%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환 헤지형(H) 상품이 16.0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죠. 2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그 차이는 더 충격적입니다. 환 노출형은 54.97%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인 반면, 환 헤지형은 41.36%에 머물러 무려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요, TDF는 주로 미국 등 해외 자산에 달러로 투자합니다. 투자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예를 들어 지난해 1400원 초반대였던 환율이 지금 1470원 선까지 올랐다면, 해외 자산의 가치는 그대로여도 원화로 바꿀 때 더 많은 원화를 받게 됩니다. 이 환차익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반영한 것이 바로 환 노출(UH) 상품이죠. 반면, 환 헤지(H) 상품은 선물환이나 통화선도거래를 이용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대한 상쇄시킵니다. 변동성 위험을 줄이는 대신, 이렇게 큰 환차익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환율 상승기에는 한국투자TDF알아서2055(UH)가 최근 2년 51.54%를 기록한 사례처럼, 환 운용 전략이 TDF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이나 신한자산운용처럼 환 헤지 비중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운용사들이 달러 강세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했죠. 이들은 사실상 환 노출에 가까운 전략으로 환차익을 극대화한 겁니다. 반대로 최소 헤지 비중을 30~40% 고정하는 운용사의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DF의 본질적 목표는 ‘수익’보다 ‘변동성 관리’입니다
환 노출형 TDF의 높은 수익률에 혹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TDF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TDF, 즉 타깃 데이트 펀드는 은퇴 시점까지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나가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환 노출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손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내포합니다. 지금은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만약 상황이 역전되어 엔화발 달러 약세와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면, 원화도 일시적으로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율이 갑자기 급락할 경우, 해외 자산의 수익을 환차손이 모두 깎아먹을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장기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환율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동성 요인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장기 은퇴 자산 운용에 과연 적합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요, 펀드 자체의 운용 성과가 좋았더라도 환율 하락으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환 노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금리차와 FDI 증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화 약세 현상이 단순한 단기 이슈가 아니라고 진단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 문턱까지 온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과거보다 더 크게 벌어진 점이 있습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최대 1.75%포인트까지 확대되었는데요, 이처럼 금리차가 장기간 지속되면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자본 유출 압력을 높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FDI)가 연간 2000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확대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위해 대규모의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시장에 달러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는 환경이라는 뜻이죠. 이 두 가지 구조적 요인 때문에 원화는 당분간 약세 압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TDF 운용사들이 해외 투자를 하면서 해외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대체자산 등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변동성 완화’입니다. 그런데 환율이라는 거대한 변동성 요인을 헤지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상 단기적인 환차익이라는 베팅을 장기 은퇴 플랜에 포함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구조적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 반전 위험에 항상 노출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TDF 선택, ‘수익률 숫자’보다 ‘변동성 철학’에 초점을 맞추세요
TDF를 선택할 때, 최근 수익률 표에서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환 노출(UH) 상품에 무작정 가입하는 것은 장기 투자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환 노출 상품이 구조적 원화 약세 속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이성적 통찰이 필요합니다.
환 헤지형 TDF는 환율 변동성을 줄여 ‘해외 자산의 가치 상승’이라는 본연의 투자 목표에 충실하게 합니다. 이는 TDF가 추구해야 할 안정적인 자산 배분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반면 환 노출형 TDF는 운용 성과에 환율 베팅 효과를 더한 상품으로, 높은 수익과 높은 변동성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갑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시점, 투자 기간, 그리고 환율 변동에 대한 자신의 리스크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은퇴가 가까워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싶은 분이라면 환 헤지형(H)을, 원화 약세 기조에 대한 확신이 있고 높은 변동성도 감수할 수 있는 젊은 투자자라면 환 노출형(UH)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단순히 수익률 숫자만 보고 쫓기보다는, 환율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에 대한 나만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