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AI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과 함께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AI 투자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죠. 그런데 이 대규모 투자의 이면에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수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거대 기술 기업들이 왜 빚을 내어 투자하는지, 그리고 이 ‘AI 빚투’ 행렬이 시장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전문가적 시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보려 합니다. 혹시 미국이나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글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AI 투자 전쟁: 빅테크의 공격적인 ‘빚투’ 실태 분석
천문학적 AI 투자금, 어디서 오나?
최근 오라클, 메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이 180억 달러, 메타가 300억 달러, 알파벳이 250억 달러, 아마존이 150억 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잇달아 시장에 내놓았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를 ‘AI 채권의 홍수’라고 표현할 정도예요.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올해 미국 회사채 순 공급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왜 돈 잘 버는 빅테크들이 이렇게 빚을 내서 투자할까요? 바로 데이터센터 신설과 AI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3분기 기준으로 오라클과 아마존은 영업현금 흐름 대비 자본지출(Capex) 비율이 1배를 넘거나 근접했습니다. 즉,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지출이 더 많거나 거의 같다는 의미입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과소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공격적인 선행 투자를 강조했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현금 보유량 급감: 반도체 ‘치킨게임’과의 유사성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러한 현상을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설비 투자 치킨게임과 유사하다고 분석합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던 빅테크 기업들의 자산 대비 현금 및 단기 투자 상품 비율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2020년 약 43%였던 이 비율이 올해 3분기에는 16%로 뚝 떨어졌습니다.
WSJ은 “이 기술 기업들의 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난 탓에 마치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제조 기업들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캐피털 역시 빅테크의 AI 자본지출이 게임이론 양상을 띠고 있다고 언급했죠. 핵심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와 ‘설비 투자가 너무 과하다’는 단순 이분법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감 속의 속도전이라는 점입니다.
AI 빚투,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빅테크 채권, 국채보다 매력적인 이유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차입에 나서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뛰어난 신용도와 재무적 효율성 때문입니다. 트리플A(AAA) 등급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회사채 금리는 심지어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보다도 낮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보다 MS에 더 낮은 수익률로 돈을 빌려줄 만큼, 이 기업의 채권이 우량하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부채를 적절히 사용하면 이자 비용에 대해 법인세를 차감받을 수 있어 자기자본만 활용하는 것보다 기업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낮출 수 있다는 재무적 이점도 있습니다. 자본 구조가 개선되면 기업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높아지는 자금 조달 비용과 시장의 한계
하지만 한꺼번에 880억 달러 규모(9월 이후 4대 기업 합산)에 달하는 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물량을 시장이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들이 금융 시장의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여타 2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회사채 조달 금리 전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파벳과 메타는 최근 채권 발행 시 기존 대비 금리를 약 0.1~0.15%포인트 높여야 했습니다. 여전히 낮은 금리이지만, 쏟아지는 물량 때문에 수요자를 찾기 위해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투자자들은 아직 AI 투자로 인한 큰 수익 창출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기술 기업들에 대해 무한한 인내심을 가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AI 시대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 같은 고비용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속도전’의 끝을 주시하라
AI 빅테크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AI 패권 경쟁의 치열한 속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빚까지 동원하는 상황인 거죠.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핵심은 재무적 안정성이 아니라 AI 투자의 결과가 언제,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될 것인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 수요에 힘입어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AI 빚투’가 실제로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기업 가치와 시장의 변동성이 결정될 것입니다. 단순히 ‘투자 규모’가 아니라 ‘투자 효율’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의 신호를 읽어야 할 때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