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변에서는 고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려옵니다. 마치 시장이 온통 황금길로만 포장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죠. 하지만 모든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는 반드시 어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빚을 내서라도 더 크게 벌겠다’는 투자의 유혹, 즉 가속 페달 투자의 역설에 대해 깊이 논해보고자 합니다. 시장이 주는 달콤한 유혹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경계하고 다스려야 할 위험 요소들을 현명하게 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빚투 열풍의 심리학, 신용거래융자가 가동시키는 탐욕 회로
지금 증시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단순히 지수 상승만이 아닙니다. 바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5조 원에 육박하는 ‘빚투’ 열풍입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입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종목 보유량을 지렛대처럼 부풀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처럼 보이죠. 예를 들어요. 100만 원으로 10% 수익을 내면 10만 원을 벌지만, 100만 원을 빌려 200만 원으로 투자하면 같은 10% 수익에 20만 원을 벌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요,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곱하기 2’로 만든 셈이죠.
문제는 이 신용거래융자가 우리 뇌 속의 ‘탐욕 회로’를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고수익의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보면, 그 경험을 잊지 못하고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빚투는 단순히 자본의 확장이 아니라 심리적 통제의 영역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는 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조금이라도 주가가 하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가차 없이 담보 보충을 요구합니다. 결국 보충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라는 강제 청산 절차를 밟게 되죠. 이는 수익이 아니라 원금까지 앗아가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재정 상태를 극단적인 위험으로 몰아넣는 지름길입니다.
고위험 상품의 귀환, 주가연계증권(ELS)과 시장의 중력 무시
빚투와 함께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이죠. ELS 발행액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의 과열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LS는 특정 지수나 주가가 만기까지 정해진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언뜻 보면 이자율도 높고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ELS가 가진 시장 중력 무시의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ELS는 대부분 원금을 보장하지 않으며, 특히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둔 녹인(Knock-in) 구간, 즉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난해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이 사태는 지수가 끊임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 냉정한 교훈이었습니다. ELS는 구조가 복잡하여 투자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지수의 작은 변동에도 상품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레버리지 ETF, 양날의 검을 다루는 법
시장의 움직임을 2배로 증폭시키는 레버리지 ETF 역시 과열된 투자 심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지수가 떨어지는 폭의 2배를 수익으로 돌려주는 인버스 2X ETF처럼,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철저하게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만약 예측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손실 역시 2배로 증폭됩니다. 상승장에서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면 상승 폭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겠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훨씬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죠.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특성상, 장기간 보유할 경우 누적 수익률이 기대와 다르게 왜곡될 수 있는 변동성의 함정이 있습니다.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는 곧 ‘가속 페달을 밟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를 즐길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냉철한 자기 분석과 현명한 행동 가이드
결국 이 모든 위험 투자 열풍의 중심에는 인간의 탐욕이라는 본질적인 심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장이 좋다 보니 이성적인 경계심이 줄어들고, 옆 사람이 벌었다는 풍문에 쉽게 휩쓸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에 빠지게 되죠.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기적인 테마형 ‘묻지마 투자’에 대한 유혹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집니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는 결코 감정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재정 상태를 냉철하게 분석할 시간입니다.
나의 자산 현황 분석: 지금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최대 손실 허용치는 얼마인가요? 신용거래융자나 ELS 같은 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을 때 나의 삶이 파괴되지 않을지 자문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의 원칙: 고수익을 좇아 특정 위험 상품에 자산을 집중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투자 방식입니다. 변동성에 대한 헤지(위험 분산)를 위해 다양한 자산군에 나눠 투자하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신용거래융자와 주가연계증권(ELS), 레버리지 ETF 등의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완벽하게 이해했나요? 특히 녹인(Knock-in)과 같은 손실 발생 조건에 대해 명확히 알고 투자해야 합니다.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불장이 언제 끝날지, 어떤 충격으로 변동성이 확대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투자 결정은 소문이나 막연한 기대가 아닌, 철저한 자기 분석과 냉철한 장세 판단을 토대로 내려야 합니다. ‘가속 페달 투자의 역설’을 극복하고, 현명하게 위험을 관리하는 투자자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