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절반이 넘는 위법 의심 사례가 ‘증여’와 관련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집값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그 과정에서 ‘편법 증여’라는 이름의 꼼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서울의 증여 거래는 전년 대비 약 20퍼센트 가까이 급증했는데, 특히 강남, 송파, 서초, 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앞으로 정부의 세제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 폭탄 피하려다 법의 심판대에 설 수도
증여를 서두르는 심리: 세금 절세의 유혹
많은 사람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를 마무리하려는 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모두 늘어날 가능성이 크죠. 특히 미래에 발생할 양도소득세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오르기 전인 현재 시점에 증여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세금 절약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저가 양도’나 ‘부담부증여’ 같은 방법을 활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편법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특수관계인(가족) 간의 부동산 거래는 시세의 30퍼센트 또는 3억 원 이내의 낮은 가격에 거래해도 일단 정상 거래로 인정받는 여지가 있습니다. 또, 주택을 증여하면서 전세보증금이나 담보대출 같은 채무까지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 방식은 이전되는 채무 금액만큼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절세 효과가 있죠. 여기까지는 합법적인 절세 방법의 영역입니다.
꼼수 증여의 민낯: 위법 의심 거래의 유형
하지만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들은 이 합법적 테두리를 벗어납니다. 가장 흔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세 대비 과도한 저가 신고: 가족 간 거래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 사실상 증여를 매매로 위장하는 경우입니다.
부담부증여의 위장: 부담부증여로 신고했더라도, 증여받은 자녀가 실제로 채무(대출금, 전세금 등)를 갚지 않거나, 채무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다시 부모에게서 지원받는 경우입니다. 이는 채무 이전이 형식적일 뿐 실질적인 채무 상환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며, 결국 전체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매매 위장 변칙 증여: 자녀의 소득이나 재산으로는 도저히 매수할 수 없는 고가 주택을 매매로 신고하고, 그 자금 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처럼 편법 증여는 세금을 줄이려다 오히려 탈세의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정부의 단속 강화: 피할 수 없는 감시망
위법 의심 증여 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설 계획입니다. 단순히 몇몇 사례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부동산 불법 거래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내달 발족 예정인 국무총리 직속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부동산 시장의 불법 거래와 시세 조작 행위를 감시하는 전담 기구가 됩니다. 이 기구는 상시적인 감시 체계를 가동해 불법적인 증여나 투기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세청 역시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부동산 거래 자금출처 조사 건수와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특히 고가 주택 거래나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를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일부만 표본 조사했다면, 이제는 의심 거래로 분류된 거의 모든 건에 대해 국세청 조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는 단순히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증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투명한 증여만이 답이다: 실질과 형식의 일치
결국 부동산 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거래 내용과 신고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절세는 중요하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부담부증여를 계획 중이라면, 증여받는 자녀가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돈으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생활비 지원을 받는다면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소득, 재산, 대출 상환 계획 등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야만 합법적인 절세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절세 심리는 더욱 강해집니다. 하지만 세금 절약을 위해 시도한 꼼수가 결과적으로 더 큰 가산세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부의 단속 강화 기조를 볼 때, 이제는 정직하고 투명한 증여 계획만이 안전한 절세 전략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