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장 ‘지·금·조·방·원’에서 ‘금·반·지’로 무게추 이동하나

9월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뜨겁습니다. 11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불장’을 연출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죠. 코스피 3400선 돌파는 물론, 그 이상의 목표치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환호하는 건 아닙니다.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바뀌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죠. 상반기 증시를 이끌던 ‘지·금·조·방·원(지주회사, 금융, 조선, 방산, 원전)’이 주춤한 사이, ‘금·반·지(금융, 반도체, 지주회사)’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며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상반기 주도주 ‘조·방·원’, 왜 힘을 잃었나?

상반기 내내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조선, 방산, 원전 업종이 9월 들어 눈에 띄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7%나 오르는 동안, 이들 업종을 담은 주요 ETF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코스피 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습니다.

이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발 악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미 간의 관세 협상과 투자 방식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면서 한-미 협력의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조선, 원전 업종의 기대감이 희석된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주인 자동차 업종이 약세를 보이면서 동반 부진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선업종의 경우, 하청 구조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방산주는 LIG넥스원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업종 전반에 걸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교적 불확실성과 국내 정책적 변수, 개별 기업의 실적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반기 승승장구했던 ‘조·방·원’은 현재 조정을 겪는 구간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주도주 ‘금·반·지’, 상승을 이끄는 힘은?

‘조·방·원’이 주춤한 사이, 금융, 반도체, 지주회사가 시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왜 강세를 보이고 있을까요?

1. 정책 변화와 실적 개선이 견인한 ‘금융’의 강세

금융 업종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주가 급등했는데, 이는 증시의 거래 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합산 기준으로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7.5%나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거죠. 여기에 정부의 정책 되돌림에 대한 기대감도 금융주 전반의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 ‘반도체’는 역시 코리아의 심장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는 압도적입니다.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18.2%나 올랐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끄는 이 상승세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AI 산업 성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대한 기대감 덕분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할 수 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IT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 모멘텀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에 불붙은 ‘지주회사’

지주회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달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될 거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주회사는 자회사 중복 상장, 낮은 배당성향 등으로 인해 주주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통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도입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저평가되었던 지주회사들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겁니다. 투자자들은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불장 속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

최근의 주도주 교체 현상은 단순히 특정 업종의 부침을 넘어, 시장의 관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불확실성이나 외부 변수에 민감한 업종보다는, 정책 수혜와 뚜렷한 실적 개선 모멘텀이 있는 업종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겁니다.

물론 ‘조·방·원’ 업종의 펀더멘털 자체가 훼손된 건 아닙니다. 단기적인 악재와 차익 실현 물량에 의해 주춤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금·반·지’입니다.

투자자라면 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어떤 업종이 현재의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성장 동력과 정책적 수혜를 갖춘 종목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