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형을 바꾼 액티브 ETF, 미국을 넘어 한국으로

주식 시장의 격변 속에서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액티브 ETF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과거 시장의 흐름을 쫓는 ‘패시브’ 투자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전문가의 능동적인 운용을 통해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국내 시장의 현주소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패시브를 넘어선 액티브 ETF, 미국 시장의 혁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ETF 시장은 ‘패시브(Passive)’의 독무대였습니다.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 ETF는 저렴한 수수료와 편리함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액티브 ETF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패시브 ETF의 수를 추월했습니다. 2018년 말 약 300개에 불과했던 액티브 ETF가 6년 반 만에 2,200개를 넘어서며 7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투자 환경의 복잡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순히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전략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알파 수익’을 창출하려는 욕구를 갖게 되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활용하는 액티브 ETF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규제 완화가 이끌어낸 액티브 ETF의 전성시대

미국 액티브 ETF의 전성기를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규제 완화입니다. 과거에는 액티브 ETF도 매일 운용 종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했습니다. 이는 펀드 매니저들의 핵심 투자 전략을 노출하는 것과 같았기에, 많은 운용사들은 액티브 ETF 출시를 꺼려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투명 액티브’ ETF 운용 구조를 승인하며 판을 뒤집었습니다. 이 모델은 운용사가 지정 참가 회사와만 구성 종목을 공유하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매일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로써 운용사들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투자 전략을 보호하면서도 ETF의 장점인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혁신은 곧바로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졌고, 2023년 한 해에만 무려 500개 이상의 새로운 액티브 ETF가 쏟아져 나오며 패시브 ETF 증가분을 압도했습니다.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의 현주소와 잠재력

미국 시장의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38개에 불과했던 국내 액티브 ETF 수는 2024년 6월 현재 270개를 훌쩍 넘어서며 7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총 순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4조 원대에서 무려 80조 원대로 20배 가까이 폭증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액티브 ETF에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국내 액티브 ETF는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안전자산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주식형 액티브 ET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문가의 손길을 원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 액티브 ETF의 발목을 잡는 규제, 혁신이 필요한 이유

이렇게 성장하는 국내 액티브 ETF 시장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규제’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액티브 ETF가 비교 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0.7) 추종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운용사가 독자적인 투자 판단으로 종목을 자유롭게 편입하거나 비중을 조절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미국과 달리 국내 액티브 ETF는 여전히 매일 구성 종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운용사의 투자 전략이 손쉽게 노출되어 경쟁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복제하는, 이른바 ‘베끼기’를 조장하는 원인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한국 액티브 ETF 시장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려는 운용사들의 노력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SEC의 규제 완화가 액티브 ETF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냈듯이, 국내 시장 역시 운용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투자 전략 노출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액티브 ETF가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복잡한 시장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액티브 ETF의 성장은 단순히 투자 상품의 유행을 넘어, 변화하는 투자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입니다. 규제 당국과 금융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혁신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면, 한국의 액티브 ETF 시장 또한 더욱 성숙하고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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