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야기는 바로 TSMC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2위인 삼성전자와 3위인 중국의 SMIC가 한 자릿수 점유율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이 압도적인 격차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리고 삼성전자에게는 이 위기를 극복할 어떤 기회가 남아 있을까요? TSMC의 독주 뒤에 숨겨진 전략과 삼성의 반격 가능성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최대 호황, 승자는 왜 TSMC인가
올해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과 하반기 신형 스마트폰 출시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호황의 과실을 대부분 TSMC가 가져갔습니다. TSMC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8.5%나 증가했고, 점유율은 70.2%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이 늘었음에도 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해 7.3%에 머물렀죠.
이런 상황은 단순히 한 분기의 실적 문제가 아닙니다. 6년 전인 2019년,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29%포인트였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무려 62.9%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격차가 이렇게나 커졌다는 건, 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TSMC 독주의 핵심, 첨단 공정의 안정적인 수율
TSMC가 이토록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 비결은 바로 ‘첨단 공정’입니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얇을수록 성능이 좋고 전력 효율이 높아집니다. 5나노, 3나노 같은 최첨단 공정 기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TSMC는 바로 이 첨단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함께 안정적인 수율, 즉 불량품 없이 생산하는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2분기 TSMC의 매출에서 5나노와 3나노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와 24%에 달합니다. 매출의 60% 이상이 최첨단 공정에서 나왔다는 뜻이죠. 특히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애플의 아이폰 칩셋과 엔비디아의 AI 칩을 성공적으로 생산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부진한 상황입니다. 기술의 선제적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양산 능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삼성의 반격 카드, 2나노 기술력과 테슬라 계약
하지만 삼성전자에게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삼성과 중국 SMIC가 2위와 3위 자리를 놓고 0.1%포인트 차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은 한 방의 반전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2나노 공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약 22조 원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칩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TSMC와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흑자 전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테슬라 AI 칩 계약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죠. 게다가 애플 아이폰용 차세대 이미지센서(CIS)도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라 추가적인 실적 상승이 기대됩니다.
TSMC 독주가 삼성에게 오히려 기회인 이유
TSMC의 독주가 언뜻 삼성에게는 절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TSMC가 이미 최첨단 공정 생산라인을 최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첨단 반도체 수요가 발생할 경우 TSMC만으로는 공급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고객사들은 자연스럽게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게 됩니다.
현재 TSMC와 함께 최선단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틈을 파고들어 적기 납품, 가격 경쟁력 같은 이점을 내세운다면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2나노 공정의 기술력을 확실하게 확보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3나노 공정에서 겪었던 수율 문제를 2나노에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으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됩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