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파격 선언, 닛케이 지수를 뒤흔든 진짜 이유(FT.상장지수펀드 매각)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사상 최대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시장에 내다 팔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건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급락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닛케이 지수가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그동안 일본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해왔던 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드러난 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주식 몇 주를 파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일본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일본은행의 ‘질적 정상화’, 왜 지금 시작됐나?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은행이 이번 9월 회의에서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악화되는 노동시장, 그리고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 변화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예상을 깨고 보유 자산 매각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올여름 은행 보유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수순으로 ETF 매각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이른 시점에 발표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죠. 이번 결정은 단순히 긴축의 의미를 넘어, 일본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일본은행의 대담한 시도로 보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 ETF, 어떻게 매각하나?

그렇다면 일본은행이 팔아치울 ETF와 리츠의 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8월 말 기준으로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는 장부가 기준 약 37조 엔(약 349조 원), 시가 기준으로는 무려 80조 엔(약 755조 원)이 넘습니다. 리츠 역시 장부가 6,500억 엔, 시가 7,000억 엔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죠.

일본은행은 이 막대한 자산을 한 번에 쏟아내지 않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매각할 계획입니다. 연간 매각 규모는 장부가 기준 ETF는 3,300억 엔, 리츠는 50억 엔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0.05%에 불과한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한 “준비가 되는 대로” 시작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거나 일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죠.

100년 걸릴 ‘초장기 프로젝트’의 의미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계획에 대해 “ETF 완전 매각까지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입니다. 일본은행은 매각의 원칙으로 ‘손실 회피’와 ‘시장 혼란 최소화’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는 매각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번 결정은 일본이 단순히 금리를 올리는 ‘금리 정상화’, 국채 매입을 줄이는 ‘양적 정상화’를 넘어, 그동안 쌓아 올린 비정상적인 자산을 정리하는 ‘질적 정상화’의 첫걸음을 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변수가 있을 겁니다. 리먼 쇼크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 매각이 중단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는 등 일본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면 매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앞으로 더욱 정교하고 유연한 정책 운영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앞으로의 일본 증시 전망은?

일본은행의 이번 발표로 당분간 일본 증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일본은행의 ETF 매입 덕분에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시장의 지지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단기적으로는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자율적으로 제 기능을 찾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진정한 시장’으로 돌아가는 거죠.

결국 일본 증시의 미래는 일본은행의 매각 속도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섣부른 예측보다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과 향후 일본은행의 행보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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