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원화 가치가 미 달러화 대비 전 세계 42개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인 3.1% 하락하며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환율이 1470.6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최약체 통화’라는 오명까지 얻었는데요. 이는 달러 인덱스가 100을 돌파하는 등 달러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서학개미) 투자 급증으로 인한 달러 수요 폭발과,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정부가 환율 4자 협의체까지 구성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외환시장 개입 조치 없이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의 현황을 팩트 중심으로 짚어보고,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원화 가치 3.1% 급락: 아시아 최악의 절하율을 기록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46.2원(3.1%) 상승하며 원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었습니다. 이 3.1%라는 수치는 한은이 관리하는 42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하락 폭입니다.
아시아 경쟁국과의 비교: 왜 유독 원화만?
원화의 하락 폭은 아시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집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 가치가 1.4% 하락하고, 대만 달러가 1.9% 떨어진 것에 비해 원화의 3.1% 절하는 그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베트남 동(0.2% 하락)이나 홍콩 달러(0.1% 하락)의 변동 폭은 미미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달러가 강세여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원화는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두 배 이상 더 힘든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환율이 147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는 것은 달러당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니,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나 해외여행 비용 증가 등으로 우리 일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멈출 수 없는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원화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것은 미 달러화의 전반적인 강세 흐름입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월 중순 96에서 꾸준히 상승하여 이달 100을 넘어섰습니다. 달러 인덱스 100 초과는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셧다운 사태와 견조한 미국 경제
이러한 달러 강세는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역대 최장 기간인 43일간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심리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주요국 대비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 점도 달러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경제가 튼튼하면 투자자들은 그 나라의 통화를 선호하게 되니까요.
원화 가치 폭락의 결정타: 서학개미와 외국인 매도세의 합작
달러 강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원화가 최약체가 된 데에는 국내 특유의 요인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투자자(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입니다.
서학개미: 달러 사서 엔비디아, 알파벳 담다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을 사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합니다. 이 달러 환전 수요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초부터 약 한 달간 미국 주식을 무려 59억 3442만 달러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매수액의 4.6배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입니다. 엔비디아나 알파벳 같은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매수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 셈입니다.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쏠림 현상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이 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역대급 순매도: 14조 4천억 원 이탈
해외 주식 투자 때문에 원화가 약세로 가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달 3일부터 2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14조 4112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매도 금액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팔면, 그 돈(원화)을 다시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합니다. 이 역시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원화 공급)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요인이 되어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외국인 매도세와 서학개미의 달러 매수세가 맞물려 원화는 이중의 압박을 받은 것입니다.
정부의 개입과 시장의 반응: 구두 개입은 약발이 없다
환율 급등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그리고 국민연금까지 포함하는 ‘환율 4자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구두 개입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부총리의 구두 개입 이후에도 환율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말’만의 개입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중장기적 흐름을 바꾸는 것은 ‘구체적인 조치’
NH선물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처럼,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원화 약세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실제로 달러를 풀거나(매도), 금리 인상에 준하는 강력한 신호를 줄 때만 통화 가치가 안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원화 약세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서학개미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킬 만한 해외 증시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정부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동원하여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의 ‘액션’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