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 하락에도 워런 버핏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소식은 많은 투자자의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분기 말 기준 버크셔가 약 546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왜 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오마하의 현인’이 자사주 매입 대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배경과 그 속에 숨겨진 버핏의 투자 철학을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버핏의 침묵이 말하는 것: 내재 가치와 546조원의 빅 픽처
버크셔 해서웨이는 전통적으로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었습니다. 특히 2018년 버핏이 자사주 매입에 대한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힌 후, 버크셔는 주가 하락기에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 가치를 높여왔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이 원칙적인 흐름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버핏의 자사주 매입 원칙, 그 엄격함의 기준
버핏 회장이 2018년 주주 서한에서 명확히 밝힌 자사주 매입 원칙은 단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버크셔의 주가가 내재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어야 합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 후에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해야 합니다.
현재 버크셔는 현금 보유액 546조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므로 두 번째 조건은 확실히 충족했습니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 조건, 즉 현재 주가가 버크셔의 내재 가치 대비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UBS는 버크셔가 통상적으로 주가가 내재 가치보다 15% 이상 저평가되었을 때만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주가가 약 12% 하락했음에도 버핏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기준에서 여전히 주식이 ‘싸지 않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요,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버핏이 보기에 “이 가격은 여전히 적정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라는 이야기죠.
546조원 현금의 무게: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사자
버크셔가 최고 수준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왜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둘째, 이 현금은 언제 사용될까요?
워런 버핏은 현금을 ‘보유 자산’이 아닌 ‘옵션’으로 간주합니다. 이 옵션은 시장에 대규모의,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나타났을 때 즉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대규모 현금 보유는 사실상 버핏이 시장의 변동성을 기다리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빅테크 기업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가진 기업에 쉽게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재 546조원이라는 압도적인 현금은, 버핏이 마음에 드는 가격에 대규모 M&A(인수합병)나 가치 있는 주식 매입을 할 수 있는 총알을 완벽하게 장전했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이면 누구나 다음 대형 뉴스가 무엇일지 기대할 수밖에 없죠. 버핏이 원하는 것은 주가를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단기적인 조치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버크셔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코끼리 크기의 딜(Deal)’입니다.
은퇴 발표와 주가 하락, 버핏 없는 버크셔의 미래는?
버크셔 주가가 올 들어 약세를 보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 5월 버핏 회장의 2025년 말 은퇴 계획 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약 20%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버크셔 주가 약 12% 하락은, 시장이 버핏이라는 존재가 버크셔의 내재 가치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독자 여러분, 워런 버핏은 단순한 CEO가 아니라 버크셔의 ‘알파(Alpha)’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투자 결정과 철학이 버크셔의 성공 신화를 써왔죠. 그의 은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버크셔의 투자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입니다. 시장의 일시적인 패닉 매도나 불확실성이 버크셔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누르고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버핏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조차도 아직 ‘덤핑’ 수준은 아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다음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일시적인 주가 하락이 자사주 매입의 기준이 될 만큼 심각한 저평가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현명한 투자자들이 집중해야 할 버핏의 메시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사주 매입 중단과 역대급 현금 보유는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첫째, 워런 버핏은 원칙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주가 부양이라는 단기적 유혹보다 ‘내재 가치’라는 장기적인 원칙을 우선시합니다. 당장의 주가 하락이 있더라도, 그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둘째, 시장의 변동성을 기회로 보라. 546조원의 현금은 시장의 과열 속에서 현금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하고, 언젠가 올 큰 폭의 조정이나 위기 속에서 ‘줍줍’할 기회를 준비하라는 무언의 조언입니다.
혹시 지금 주식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느끼시나요? 이럴 때 버핏의 행동을 되새겨보세요. 감정적 감탄으로 끝내기보다는, 우리도 버핏처럼 엄격한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내재 가치 기준을 가지고 시장을 관찰해야 합니다. 버핏은 우리에게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라는 행동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다음 ‘코끼리 사냥’ 소식이 들릴 때까지, 현금을 옵션 삼아 관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