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테크 업계는 AI 인프라 투자라는 전례 없는 격랑 속에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무려 1000억 달러(약 141조 원)를 투입해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 불과 며칠 전입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의 대표 빅테크 알리바바가 530억 달러(약 74조 7000억 원) 이상의 AI 인프라 투자를 선언하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거대한 투자 경쟁은 단순한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전쟁이 인프라 구축이라는 전면전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미래 기술의 올림픽을 보는 듯합니다. 누가 더 많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초거대 AI 시대’의 인프라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기술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선언: $530억은 시작일 뿐
알리바바의 우융밍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압사라 콘퍼런스’에서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당초 향후 3년간 3800억 위안(약 530억 달러)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우 CEO는 이 금액이 ‘베이스라인(baseline)’에 불과하며 투자는 앞으로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필요하다면 미국 기업들에 맞서 무한 경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큐원3 맥스’의 기술적 도약과 초지능(ASI) 비전
알리바바는 이날 매개변수 1조 개 규모의 초거대 언어 모델(LLM)인 ‘큐원3(Qwen3)-맥스’를 공개했습니다. 놀랍게도 일부 테스트 평가에서 이 모델이 오픈AI의 챗GPT-5 성능을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중국 기업이 AI 모델 성능에서 미국 선두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여기에 더해 알리바바는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 협력 계획까지 발표하며 범용 인공지능(AGI)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과시했습니다. 우 CEO는 AI 발전의 최종 단계로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ASI란 무엇일까요? 지금의 AI가 번역이나 이미지 생성 같은 ‘좁은 작업’에 머무는 약인공지능(ANI) 단계라면, AGI는 특정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처럼 폭넓게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강인공지능(AGI) 단계입니다. 알리바바가 제시한 AS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 지능을 전방위로 뛰어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초지능’을 의미합니다. 이는 암과 기후변화 같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창업자 마윈의 복귀와 AI 사업 주도
알리바바의 이러한 공격적인 AI 사업 행보는 창업자 마윈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마윈은 최근 5년 만에 회사 경영 일선에 나타나 LLM 개발을 포함한 AI 및 클라우드 핵심 사업에 매일 보고를 받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의사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AI 패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빅테크와 정부의 ‘AI 굴기’ 3박자 전략
알리바바의 대규모 투자 선언은 중국의 AI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다른 빅테크와 정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는 중국이 ‘데이터·인프라·AI 모델’의 3박자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AI 굴기’의 야심 찬 전략을 보여줍니다.
화웨이와 텐센트의 AGI 기반 기술 집중 투자
화웨이는 최근 발표한 ‘지능형 세계 2035’ 보고서에서 AGI가 향후 10년간 산업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19조 1400억 원을 AI 반도체, AI 컴퓨팅 플랫폼 등 AGI 관련 기초 기술 연구에 투입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유지하며 기술 자립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또한 자체 LLM인 ‘훈위안’을 개발 중인 텐센트 역시 약 8조 원을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 R&D에 투자하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 빅테크는 미국의 기술 통제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력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안후이성 우후시의 대규모 농지에 2700억 위안(약 53조 원)을 투자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입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엔비디아-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약 700조 원)에 맞대응하고, AI 인프라의 근간인 데이터센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중국 빅테크와 정부의 일련의 행보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AI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국가적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합니다.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데이터센터, 반도체),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습시키는 AI 모델(LLM, AGI), 그리고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라는 3가지 핵심 요소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중국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며, 앞으로 그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인프라 투자 전쟁, 이 거대한 패권 경쟁의 끝이 어디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