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을 보면 주식투자 안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금융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접근성이 좋아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투자 수단이죠. 실제로 국내 ETF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해서 종류도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국내 시장이 이렇게 커졌는데도, 왜 많은 투자자들은 굳이 해외 ETF에 직접 투자하는 걸까요? 심지어 국내에도 같은 상품이 있는데도 말이죠.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를 파헤쳐보고, 현명한 투자 방향에 대한 힌트를 드리고자 합니다.
왜 국내 투자자는 해외 ETF에 더 끌릴까?
최근 한국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결제 상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는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배당주 ETF인 SCHD입니다. ‘시가총액 1위의 애플보다 더 많이 샀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니 그 인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도 SCHD를 벤치마킹한 ETF들이 여럿 상장되어 있습니다. ‘코미당’, ‘타미당’ 같은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KODEX, TIGER, ACE,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국내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0.006%까지 낮춰가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품들이죠.
이쯤 되면 당연히 궁금해집니다. 수수료도 더 저렴한 국내 ETF를 두고, 왜 투자자들은 굳이 수수료가 0.03% 이상으로 더 비싼 해외 SCHD를 직접 사는 걸까요? 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SCHD를 1조 원어치나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한국판 SCHD 4종의 합산 순매수액은 4150억 원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수료 경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훨씬 복잡하고 중요한 이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금, 이 미묘하고도 중요한 차이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쉽지만, 해외 ETF 직접 투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세금 구조의 차이입니다. 현행 세법은 국내 상장 ETF와 해외 상장 ETF를 다르게 취급합니다.
해외 상장 ETF: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를 부과합니다. 양도소득은 연간 250만원까지 기본 공제가 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고 분리과세됩니다.
국내 상장 해외 ETF: 매매 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세율 자체는 양도소득세보다 낮아 보이지만, 문제는 이 배당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금융소득종합과세입니다. 연간 금융소득(이자, 배당 등)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이 누진세율의 부담이 커집니다. 따라서 금융소득이 이미 많거나, 앞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라면 해외 ETF의 분리과세 혜택이 엄청난 절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자산이 많은 투자자 그룹일수록 해외 ETF 보유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국내 운용사들이 아무리 수수료를 낮춰도, 세금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셈입니다. 투자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언제나 세금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양성, 선택의 폭이 다르다
세금 문제가 고액 자산가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또 다른 투자자 그룹은 상품의 다양성 때문에 해외 ETF를 선택합니다. 국내 ETF 시장은 규제 때문에 상품 라인업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추종 배수 제한: 국내에서는 기초지수 움직임의 2배까지만 추종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 시장에는 3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이 흔합니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당연히 해외 ETF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 종목 추종 ETF: 국내 규정상 ETF는 기초지수 내 단일 종목 비중이 30%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같은 특정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ETF를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이미 상장되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의 차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한 해외 상장 파생형 ETF의 72%가 2배 또는 3배 상품이었다는 통계는 이러한 트렌드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국내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품 베끼기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셈입니다.
결국 투자 철학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더 비싼 해외 ETF에 투자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세금과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정답은 ‘각자의 투자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장기 투자자 및 절세가 중요한 투자자: 해외 ETF의 양도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금융소득이 많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해외 ETF는 필수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소액 투자자 및 편의성을 중시하는 투자자: 아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거나, 잦은 거래 없이 소액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분이라면 국내 상장 ETF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환전 수수료나 매매 편의성 측면에서 국내 ETF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국내 ETF만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고위험 고수익 추구 투자자: 국내에 없는 고배율 레버리지나 인버스, 혹은 특정 종목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해외 ETF를 활용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높은 변동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SCHD와 같은 배당주 투자의 경우, 분배금에 대한 세금 이슈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내 ETF는 분배금을 재투자할 경우 복리 효과를 누리지만, 해외 ETF는 분배금에 대한 세금 15.4%를 원천징수한 뒤 입금됩니다. 이 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명한 투자, 똑똑하게 선택하는 법
결론적으로 국내 ETF 시장이 커졌음에도 많은 투자자가 해외 ETF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 목적과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입니다. 세금 구조의 차이, 그리고 국내 시장의 규제 한계로 인한 상품 다양성 부족이 해외 직투를 유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투자는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남들이 많이 산다고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성향과 세금, 그리고 목표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와 해외 ETF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나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투자의 성공은 정보의 습득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자신에게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