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부진했던 반도체(DS) 부문이 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빠르게 회복했고, 이는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반도체 사업 부활을 견인한 핵심 요소, 그리고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4분기 전망과 향후 투자 계획의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 반도체 영업이익 7조원의 의미
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 86조 617억 원, 영업이익 12조 1661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 놀라운 실적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 사업 부문의 약진이 있습니다. 2분기 4,000억 원대에 머물렀던 반도체 영업이익이 단숨에 7조 원대로 치솟으며, 이는 증권가의 예상치인 5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반도체 사업의 급격한 회복은 단순히 ‘수요 증가’라는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조와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등의 긍정적 요인뿐만 아니라, 2분기에 발생했던 1조 원대의 일회성 비용이 감소한 기저효과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고부가 가치 제품과 차세대 기술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반도체 부활의 결정적 키워드: HBM3E와 AI 가속기 시장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회복의 첫 번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3E를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힌 대목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HBM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음을 시사합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은 일반 메모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성을 자랑합니다. 3분기 HBM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80% 증가했다는 사실은, 삼성전자가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성공적으로 포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HBM3E 납품 개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초호황기(수퍼사이클)의 초입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파운드리와 첨단 공정: 2나노와 테슬라 수주
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의 기지개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파운드리 부문의 가동률 상승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기술적 측면에서 2나노(nm) 공정 기반 칩 생산을 시작하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칩을 수주하는 등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첨단 공정 기술력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2나노 공정의 진입은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노력을 보여주며, 대형 고객사와의 협력은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합니다. 파운드리의 성장은 메모리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엇갈린 명암: 갤럭시Z 폴드7의 흥행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사업부가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습니다. 특히 7월에 출시된 갤럭시Z 폴드7 시리즈의 흥행과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5 시리즈의 꾸준한 인기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중요한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TV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VD/DA 사업부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경쟁 심화로 인해 영업 적자로 전환된 이 부문은 향후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 및 비용 효율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당분간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고수익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배경을 제공합니다.
4분기 전망과 투자 전략: 수퍼사이클 진입 신호탄인가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버 탑재 증가와 개별 기기의 메모리 탑재 비율 증가가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요는 치솟지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는 메모리 생산 능력이 가장 큰 삼성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향후 투자 계획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만 40조 9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HBM 관련 추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증산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2026년 미 테일러 팹의 본격 가동을 위한 마무리 투자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이는 곧 다가올 메모리 수퍼사이클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고부가 가치 중심의 전략적 전환과 투자 시사점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단순히 일시적인 반등을 넘어, 고부가 가치 메모리(HBM)와 첨단 파운드리(2나노)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HBM3E의 양산 판매와 파운드리의 대형 수주 성과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수퍼사이클의 초입에서 경쟁사 대비 더욱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은 범용 D램 중심의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HBM 시장 점유율 확대와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을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