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인 기록을 다시 썼고, 국내 순금 한 돈(3.75g) 시세도 70만 원을 넘어서는 등 금의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2020년 2000달러를 넘어선 이후 3000달러를 돌파하는 데 4년이 걸렸지만, 3500달러에서 3600달러까지 오르는 데는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가파른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단순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넘어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의 흔들림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집
많은 전문가들이 금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바로 미국 달러의 패권 약화입니다.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거나 지정학적 불안정을 겪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는 전체의 17.4%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폴란드, 인도,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들이 금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발 ‘금 블랙홀’ 현상
그중에서도 중국은 금 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2022년부터 대규모로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2022년 3분기 1950t이던 금 보유량은 현재 2300t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막대한 규모의 금 매집은 국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중국 내 일반 투자자들의 금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이 사실상 금 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클릭 한 번으로 금을 소유하는 시대, 금 ETF 투자 붐
과거에는 금을 사려면 직접 금은방에 가야 했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덕분에 금 투자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GLD’와 같은 대표적인 금 ETF는 최근 한 주 동안에만 24억 달러(약 3조 33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자금이 단기간에 몰리면서 금값 상승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앞으로 금값의 추가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금값의 미래
현재의 금값 상승세는 대부분의 기관들이 예측했던 수준을 이미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4000달러를 넘어 5000달러까지 바라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으로 자산을 옮길 경우,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가 없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달러 패권의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맞물려 금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이처럼 금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글로벌 경제와 국제 정세의 복잡한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