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살까? 주식시장의 슬픈 역사, ‘처분 효과’의 비밀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랠리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조금 이상하게 보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날마다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반대로 주가가 조금만 내리면 다시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어요.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우량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행동은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는 심리적 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손실이 난 종목은 손실을 확정 짓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계속 보유하고, 반대로 조금이라도 수익이 난 종목은 이익을 확정 짓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팔아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 코스피 랠리에서 나타나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은 지난 팬데믹 불장 때 고점에 매수해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이제 막 본전을 찾고 ‘탈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점에서 물리고, 본전에서 파는 개미들의 슬픈 반복

지난 몇 년간 주식 시장에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유입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며 주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죠. 하지만 상승장 막바지에 진입한 많은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하락장에 시퍼렇게 멍든 계좌를 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주가가 회복되어 본전에 도달하자, 이들은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서둘러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이 이성적인 분석보다는 감정에 더 크게 휘둘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현재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욕심이 결합하여 ‘본전 매도’라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을 꾸준히 흡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철저히 기업의 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분석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처분 효과, 그 이상과 이하의 심리학

처분 효과는 단순히 주식을 빨리 파는 현상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 즉 ‘손실 회피’ 성향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는 이익에서 오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을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100만 원의 이익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100만 원의 손실을 입었을 때의 불쾌함을 훨씬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죠.

이러한 심리적 편향은 주식 시장에서 여러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우선, 수익이 나는 종목을 너무 빨리 팔아버려 큰 수익을 놓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대박주’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수익에 만족하고 서둘러 매도하여 상승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손실이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다가 손실의 폭을 키우게 됩니다.

처분 효과 외에도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편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잉 확신: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불필요하게 잦은 거래를 합니다.

복권형 주식 선호: 소위 ‘한 방’을 노리고 급등락이 심한 테마주나 소형주에 투자하는 경향입니다.

군집 거래: 남들이 사는 종목을 따라서 매수하는 현상으로, 특정 종목에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웁니다.

이러한 편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회전율(주식 거래 빈도)을 보이는데, 연구 결과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 투자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보며 개미들의 필패 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사는 패턴은 결국 상승장의 초입이나 중반에 진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장에서 추가적인 손실을 입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식 시장에 투자자금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자금들이 또다시 감정에 휩쓸려 비이성적인 거래를 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분석’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를 갖는 것입니다. 순간의 뉴스나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가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손실이 났을 때 무조건 버티기보다는 손절매 기준을 미리 정해놓는 것도 중요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주식 투자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꾸준한 공부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심리적 편향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우리는 시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본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닌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최종 투자 판단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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